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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웨어

소프트웨어는 소프트한가




블로그에서 재미있는 글을 하나 읽었습니다.

Ray라는 닉네임을 쓰며 최근에 흥미있는 포스트를 자주 올리는 블로거의 글입니다. ‘소프트웨어는 소프트하지 않다’라는 제목의 이 글에는 고객이나 세일즈 파트너(개발자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들이 소프트웨어가 너무 소프트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말로 시작합니다.

그들은 소프트웨어는 아주 소프트해서 언제든지 주물럭(?)거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소프트웨어는 주물럭거리는 시점에 따라 소프트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다들 잘 아는 것처럼 수정이나 변경의 시점이 프로젝트 막바지로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비용이나 노력이 훨씬 커진다는 얘기지요.

Ray라는 블로거는 이보다 더 큰 문제로 개발자들 중에도 소프트웨어가 아주 소프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블로그에서 직접 확인해보세요(http://allofsoftware.net/entry/소프트웨어는-소프트하지-않다).



소프트웨어 변경 비용 모델들
앞서 소개한 글에는 또 다른 글 하나가 트랙백으로 달려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의 소프트함을 비용과 관련짓고 소프트웨어를 소프트하게 만드는 것이 개발자들의 몫이라는 내용의 글입니다(http://alankang.tistory.com/199).

이 글에는 프로젝트가 시작한 시점에서는 구현된 결과물이 없는 까닭에 변경 비용이 0에 가깝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변경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전통적인 프로젝트 모델과 애자일 방법론을 적용한 개선안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참 흥미로운 내용이니 관심있는 분들은 포스트의 내용을 직접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경기침체와 소프트웨어
앞선 글들을 읽으며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통념이 개발자의 미래와 대한민국 IT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요즘과 같은 경기침체는 소프트웨어 산업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마련입니다.

제 동생의 회사를 예로 들자면 수주하는 프로젝트는 서너 배 쯤 늘어나는데 반해 매출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습니다.

경기가 안 좋다는 핑계로 소프트웨어 가격을 터무니없이 낮춰 발주를 하는 탓입니다.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가 말도 안 되게 떨어졌다고 생각하니 개발자가 일이 잘 될 리가 없고, 일은 늘어나는데 매출은 계속 떨어지니 회사도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습니다.

그야말로 악순환의 연속입니다.

왜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앞서 소개한 글들처럼 소프트웨어가 개발자만 있으면 언제든 주물럭거려서 만들 수 있다는 생각도 문제겠지만, 더 큰 문제는 소프트웨어라는 것 자체에 대한 가치 인식에 있는 듯합니다.

생물에게 있어서는 영혼과도 같은 소프트웨어가 눈에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치절하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소프트웨어의 가치 평가가 낮아지니 개발자에 대한 가치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개발자 좀 소개시켜 달라는 개발사들 중에도 터무니없는 연봉을 제시하여 곤혹스러울 때가 참 많습니다.

이것저것 바라는 건 많으면서 연봉은 초급개발자를 겨우 넘는 수준을 제시하니 말입니다.

아무리 경기가 좋지 않다 하더라도 50만 원짜리 모니터를 5만원에 만들어 달라는 터무니없는 요구는 하질 않습니다.

모든 공학의 제 1법칙은 ‘무슨무슨 보존의 법칙’입니다.

온도나 질량, 에너지 그 어떤 것도 더하고 빼서 결과를 내면 변화한 절대 값이 ‘0’이 되어야 한다는 법칙들입니다.

이 법칙들은 형체가 있는 물체의 질량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온도나 에너지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이런 법칙은 제화의 가격과 가치에도 적용할 수 있을 듯한데요.

유독 IT 분야에서 만큼은 가장 기본이 되는 이 법칙들이 눈에 보이는 것들에만 적용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대부분의 하드웨어들은 가격이 높을수록 성능도 좋다고 인식하게 마련이지만, 소프트웨어는 터무니없는 금액에 구입(혹은 그냥 슬쩍)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팽배한 탓입니다.

개발자뿐만 아니라 세일즈 파트너, 고객들 모두가 소프트웨어는 생각보다 소프트하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희망의 씨앗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