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좋은 글이란 어떤 글입니까?"
"좋은 글은 쉽고 재미있는 글이에요.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담았어도 다른 사람이 읽기 어렵고 재미가 없으면 소용이 없지요"
3년 전 피천득 선생님 댁에 들러 들었던 말씀입니다.
글이 무엇인지 어떻게 쓰면 좋을 지 조차 모르던 호랭이에게
선생님의 소중한 말씀은 큰 힘이 되었습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어렵고 현란한 어휘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글을 부러워 하고 있던 터였습니다.
호랭이의 가슴 속에 소중한 말씀을 남겨주신 피선생님...
지난 밤 숙환으로 별세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가슴에 세워두었던 커다란 기둥 하나가 쑥 빠져 나간 느낌입니다.
맑은 눈빛으로 웃어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아흔일곱 삶을 사시는 동안 참 많은 사람의 가슴 속에 자리하셨을 선생님.
아마 그 몸은 세상을 떠나셨지만 그들의 가슴 속에서 선생님은 영원히 살아계실 것입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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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 피천득
이슬 맺힌 거미집을 아침 햇빛에 보신 적이 있습니까? 이는 진정 아름다움의 초대입니다. 이 같은 보석은 '티파니'에도 없습니다.
목련은 나를 기쁘게 하려고 몇 달 전 지금부터 새 봉오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아름다움의 초대가 될 것입니다
다섯 살쯤 된 여자 아이가 쪼그리고 앉아 비둘기들에게 과자를 부스러뜨려 주고 있습니다.
아이는 고개를 들어 나를 보고 웃습니다. 미소는 인사입니다. 고운 초대이기도 합니다.
박물관에 있는 이조 백자 항아리 하나는 언제나 마음 놓이는 주인 아주머니같이 나를 반겨 줍니다. 왜 자주 들르지 않았었나 하게 됩니다.
내 책들이 집에서 나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책, 영감을 주는 책, 의분을 느끼게 하는 책, 그저 재미있는 책, 스피노자의 전기는 나를 승화되는 경지로 초대합니다.
그리고 음악이 있습니다. 위버는 나보고도 무도회에 오라고 합니다. 스트라우스는 나를 비엔나 숲속으로 데리고 갑니다.
한밤중 총총한 별들은 저 아득한 성좌(星座) 그리로 나를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