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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우량 기업의 캐난감 스토리

아마 80년대부터 컴퓨터를 사용한 독자라면 ‘워드스타’의 명성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사상 최초의 위지윅 워드프로세서라는 장점을 앞세워 워드프로세서 시장을 주름잡았던 워드스타.

그런데 이 워드스타를 개발하여 성공가도를 질주하던 마이크로프로사를 전복시킨 장본인이 개발자들 사이의 우월감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이다.

소프트웨어 업계를 주도해가고 있던 마이크로프로사는 핵심 개발자가 퇴사하는 등 여러 홍역을 겪고 있었다.

이러는 사이 AT&T사로부터 투자를 받은 마이크로프로는 워드스타와 비슷한 제품을 찾아 인수한 후에 그 프로그램의 개발자를 영입시켜서 UNIX용 워드스타를 만들었다.

말이 워드스타지 이 제품은 기존 워드스타와는 호환되지 않는 파일 형식을 사용하고 있을 만큼 전혀 다른 제품이었다. 이게 바로 워드스타 2000이다.

워드스타 2000의 기능 중 레이저프린트 기능만은 탁월했기에 마이크로프로사는 워드스타와 워드스타 2000 제품라인을 계속 가져가면서 프린터DB는 서로 공유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MS 워드와 코렐의 워드퍼펙트가 주도권을 쥐기 시작하는 시기가 바로 이 즈음이었다.

마이크로프로사는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워드스타 5.0의 개발 지시를 기존 워드스타 팀에게 하달했고, 1988년 초에 출시될 예정이었다. 회사의 사활이 걸린 중차대한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는 마이크로프로사를 빠져나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만다.

발표 시점이 다 되어가도록 워드스타 5.0에 프린터 데이터베이스가 없었다.

프린터 데이터베이스야 워드스타 2000의 것을 가져다 쓰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워드스타 팀과 워드스타 2000 팀은 같은 건물을 사용하면서도 서로 말조차 나누지 않을 만큼 사이가 나빴다.

그 와중에 워드스타 팀의 우월감은 워드스타 2000에서 무언가를 가져와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오염(?)시키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은 워드스타 2000의 2차원 관계형 테이블을 버리고 계층형 데이터베이스로 프린터 DB를 구축하고 있었다.

결국 출시 일을 6개월이나 지나서 발표된 워드스타 5.0에는 이전 버전의 1/3밖에 안 되는 프린터 데이터베이스가 담겨져 있었고 판매는 저조했다.

회생의 기회를 노친 마이크로프로사는 두 개발팀 사이의 우월감 경쟁에 희생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갔다.

이 이야기는 Apress의 『In Search od Stupidity-second edition』에 있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이 책에는 이밖에도 IBM부터 MS 심지어 요즘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구글까지 세상을 뒤바꾼 IT 기업들의 흥망성쇠 비밀 25년사가 담겨져 있다.

참으로 특이한 점은 이 책 내용의 대부분은 남 잘못 된 것들만 잔뜩 담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거대 기업(지금도 여전히 잘 나가고 있는)의 실패를 책으로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책들은 대부분 기업 혹은 유명인의 성공 사례들을 담게 마련이다.
 
하지만, 어디 성공한 사람들의 책을 보고 따라한다고 그리 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남의 실패를 보고 그 길로 가지 않기란 비교적 쉬운 일. 게다가 남 잘 못되는 걸 보는 재미(?)란 남다르다.

아직 원서밖에 없는 탓에 그동안 이토록 재미난 뒷담화가 가득담긴 이 책도 호랭이처럼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하지만, 이제 더이상 군침만 삼키고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이 책이 곧 한글판으로 출간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꼭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이 책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타산지석의 지혜를 잔뜩 전해 줄 것이다.

호랭이도 책 나오면 꼭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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