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에서 상반기 국제유가의 변화와 그에 따른 주요 영향 분석 데이터를 발표했습니다.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달러화 약세로 상승한 국제유가는 수요 증가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향후 유가의 급등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원유재고 수준과 OPEC의 여유생산능력을 고려할 때 유가 상승은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의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배럴당 30달러대로 급락했던 국제유가가 60~7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유가 상승은 세계 경제 회복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때문에 국제유가가 오를수록 이에 대한 우려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일부전망 기관들이 유가의 급등 가능성을 제기함에 따라 국제유가의 향방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상반기 국제유가의 상승 원인을 살펴보고내년도 유가 급등의 발생 가능성을 점검해 본다.
국제유가의 회복세와 가격 변동성 둔화
2008년 7월에 배럴당 147달러를 기록한 국제유가는 9월에 대형 투자 은행인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을 계기로 세계 경제가 크게 위축되자 급락세로 돌아서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 왔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 석유 수요의 위축, 안전자산 선호 강화로 인한 미국 달러화의 강세 등이 유가 급락 원인으로 작용했으며, 이 과정에서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었다.
그러나 2009년으로 접어들면서 국제 금융 시장이 점차 안정을 되찾기 시작하고 세계경제의 침체 속도도 둔화되는 가운데 국제유가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의 급락 과정에서 확대된 유가의 변동성(표준편차로 시산)도 완화되고 있다(<그림 1> 참조).
국제유가는 2009년 2월에 배럴 당 월평균 39.2 달러(WTI 기준)로 저점을 기록한 이후 6월에는 69.7달러까지 78.4%의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빠르게 상승했다.
다만, 이와 같은 급상승세에도 제동이 걸려 7월과 8월에는 65~70달러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안정세를 나타냈다.
유가 상승은 경기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반영
세계 경제가 부진한 데도 불구하고 급락하던 국제유가가 2009년 상반기에 상승세를 기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수요, 공급 등 수급 측면, 시장의 기대감과 미국 달러화 측면으로 나눠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 국제 석유 시장, 여전히 초과 공급 상황
국제 석유 시장에서는 세계 석유 수요의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지난 해 하반기와 마찬가지로 초과 공급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유가 급락의 주 원인인 세계 석유 수요는 금년 2분기까지 여전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감소 폭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중국, 인도 등 개도국 경제가 호전되고 선진국의 경기 침체가 완화되면서 석유 수요의 감소 폭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미 2분기부터 개도국의 석유 수요는 중국 등 아시아 지역과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증가하기 시작했으며, 증가폭은 전 분기 대비 161만 배럴(1일 석유 소비량)에 이른다.
그러나 세계 석유 소비의 56%를 차지하는 선진국의 수요가 여전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금년 상반기의 세계 석유 수요는 8천 310만 배럴(1일 평균)로 지난 해 연평균 보다 2.8% 줄어들었다.
한편, 금년 상반기의 세계 석유 공급은OPEC의 감산정책 지속으로 부진했다.
원유 생산능력이 정점을 지난 북해와 멕시코에서 지속적인 생산 감소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등 구소련 산유국의 생산이 늘어나면서 세계 원유 생산의 60%를 차지하는 비OPEC의 원유 생산량이 소폭 증가하였다.
그러나 320만 배럴(1일 생산량)에 달하는 큰 폭의 감산을 해 온 OPEC의 적극적인 감산정책으로 인해 세계 원유 생산은 금년 상반기에 8천 361만 배럴(1일 생산량)로 지난 해 연평균 공급량에 비해 2.1%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금년 상반기에 수요가 더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51만 배럴(1일 평균)의 초과 공급이 발생했다(<그림 2> 참조).
그리고 지난 해 9월부터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원유 재고는 금년 7월 현재 27억 6,200만 배럴(OECD 상업용 원유 기준)로 4.2% 증가하였다.
●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급락하던 국제유가 상승세로 전환
수급 측면에서 초과 공급 상황이 지속됐지만,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 미국 달러화의 약세 등 유가 상승 압력 요인들이 금년 상반기에 발생하였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는 세계 경제 회복의 기대감을 발판 삼아 상승세로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세계 경제가 대공황과 같은 극단적인 사태로 치닫을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기대로 반전됨에 따라 한 때 배럴당31달러로 급락했던 유가는 반등효과로 인해 빠르게 상승된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점차 해소되고 실물 경제의 침체도 완화되는 가운데 경기 지표 개선으로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세계 경제의 회복은 석유수요의 회복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세계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석유 수요의 증가 예상으로 이어지면서 유가를 상승시킨다.
실제로OECD가 발표하는 경기선행지수와 국제유가의 추이를 살펴보면 두 변수 모두 2월에 저점을 기록한 이후 나란히 상승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 3> 참조).
또한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등에 따른 미국 달러화의 약세도 국제유가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그림 4> 참조).
<그림 4> 미국 달러화와 국제 유가
달러화의 약세는 미국을 제외한 원유 수입국들의 자국 통화강세를 발생시켜 달러로 표시된 원유에 대한원유 수입국들의 실질 구매력을 높이면서 원유 수입을 늘리게 하는 효과를 유발한다.
또한 원유 수출국들이 자국 통화로 표시된 원유 수출액이 달러화 약세로 감소함에 따라 수출 소득 보전을 위해 고유가를 추구하게 된다.
이러한 파급경로를 바탕으로 IMF는 미국 달러화가 1%포인트 절하될 경우 국제유가(WTI 기준)가 1%포인트 이상 상승한다는 실증분석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IMF, “World EconomicOutlook,” 2008. 4).
당분간 국제유가는 완만히 상승할 듯
유가 급락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던 세계 석유 수요는 세계 경제의 회복에 따라 개도국을 중심으로 완만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시장이 점차 안정되고 있고 각국의 경기 부양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금년 하반기에는 선진권 경제가 플러스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세계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더라도 내년에는 각국의 경기부양 효과가 감퇴되어 회복 속도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선진국의 석유 수요는 정체하고 개도국의 석유 수요는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세계 석유 수요는 금년 하반기부터는 완만한 증가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석유 수요가 증가세로 전환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세계 석유 공급은 부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카자흐스탄, 브라질 등에서 신규 유전의 생산이 개시되나 북해, 멕시코 등에서의 생산 감소세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비OPEC의 공급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OPEC은 세계 석유 수요의 증가에 기반한 국제유가의 상승세를 확인한 이후에 감산정책을 완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세계 원유 공급은 과거 아시아 외환위기사태(1998년), IT 버블 붕괴 사태(2001년) 등과같이 세계 석유 수요의 변화에 후행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금년 상반기에 유가 상승을 견인했던 시장의 기대감, 달러화 약세 등의 요인들도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당분간 유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원유 선물 시장에서의 투기 자금은 유동성 과잉과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 대두로 지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 영국 등에서 투기 거래에 대한 강화된 규제 도입이 예상돼 투기 자금의 현물 유가에 대한 영향력은 더욱 제약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는 세계 경제의 완만한 회복세와 유사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유가 전망 기관들도 이러한 수급전망을 기초로 국제유가가 2009년 하반기69.9달러(WTI 기준), 2010년 상반기 73.1달러, 하반기 79.7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국제유가의 단기 급등 가능성은 낮을 전망
그러나 Goldman Sachs와 같은 일부 투자 은행들은 최근 들어 보다 가파른 유가 상승 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유가 급등을 예상하는 투자 은행들은 세계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석유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는 데 반해 석유 공급 능력은 유전 개발 투자 감소로 인해 비OPEC을 중심으로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Goldman Sachs는 내년 세계 석유 수요가 세계 경제 성장률 3.5%를 발판으로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보는 반면 세계 석유 공급은 노후화된 대형 유전의 생산량 급감으로 비OPEC을 중심으로 공급 능력의 큰 폭 저하(1일 생산량 기준으로 1백만 배럴 이상 감소를 예상)를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거시 경제 호전에 따른 수요 증가와 공급 부진으로 국제 석유 시장의 수급 상황이 타이트하게 전개되면서 유가가 내년에 배럴당 90달러 이상으로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회복이 완만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저유가로 인해 나타나고 있는 유전 개발 투자 위축의 영향이 단기적으로 크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대형 유전의 개발 사업이 큰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유전 개발 투자 위축으로 인한 공급의 감소 효과는 2012년경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유전개발투자 위축, 석유 공급불안 초래하나,” LG 비즈니스인사이트, 2009. 7. 29).
따라서 완만한 세계 석유 수요 증가, 기존 대형 유전 개발의 생산 개시 등을 고려하면 유가 급등의 발생 가능성은당분간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높아진 원유 재고 수준과OPEC의 여유생산능력은 유가 상승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 등 석유 수입국들이 저유가 상황에서 원유 재고 확보에 노력한 결과 과거 보다 훨씬 많은 원유를 재고로 보유하게 되었으며, 감산정책 추진과 사우디 등 일부 회원국의 신규 유전 생산 개시로OPEC의 여유생산능력이 확대되었다.
원유 재고와 OPEC의 여유생산능력은 세계 석유 수요의 완만한 상승으로 내년 연말까지는 여전히 과거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 향방은 세계 경제 회복세에 달려
세계 경제의 완만한 회복세가 예상됨에 따라 국제유가는 내년까지 배럴당 75~85달러로 완만히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유가 급등 전망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예상보다 세계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는 가운데 OPEC이 감산정책 기조를 이어가거나 비OPEC 지역 노후화된 대형 유전들의 원유 생산량 감소가 가속화되는 등 수급 상황이 크게 악화될 경우에는 유가가 빠르게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가 여전히 취약하기 때문에 빠른 유가 상승은 거시 경제의 불안을 발생시키면서 세계 경제의 회복을 제약할 수 있다.
우리 기업으로서는 세계 경제 회복의 속도, 비OPEC의 원유 생산 동향, OPEC의 감산정책방향 등 유가를 좌우할 수 있는 상황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함으로써, 유가의 급격한 변동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투기 자금의 영향력은 제한적인 듯
수급 요인만으로 유가의 움직임을 설명하기 어려울 때마다 원유 선물 시장에서 투기적 거래가 현물 유가 상승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어왔다.
원유 선물 거래의 참여자는 실제 원유 거래를 목적으로 선물 거래를 하는 상업 거래자와 그렇지 않는 비상업 선물 거래자로 나뉜다.
여기에서 비상업 거래자가 원유 선물 시장에서 원유 선물을 매수할 때 가수요가 발생하면서 현물유가가 상승한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이에 대해 IEA는 수급 상황의 변화 없이 유가가 급변동한 사례를 들면서 투기적 거래가 현물 유가에 대해 매우 단기(very short term)적으로는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IEA, “Medium-Term Oil MarketReport, ” 2009.6).
그러나, 실증 분석에 따르면 투기 거래와 유가 상승 간의 뚜렷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미국의 원유선물 거래를 감독하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실증분석을 통해 비상업 거래가 원유 선물 가격을 구조적으로 변화시킨다고 볼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이들은 시장의 정보에 따라 반응한다는 조사결과를 지난 해 7월에 발표하였다(CF TC, “Interagency Task Force onCommodity Markets Interim Report on Crude Oil,” 2008. 7).
투기 자금이 현물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오히려 석유 수급 상황이 투기 자금 유입의 변화를유발한다는 것이다.
IMF 역시 투기 자금과 유가 간에 뚜렷한 상관관계는 없다고 보고 있다(I M F, “Wo r l dEconomic Outlook,” 2008.10).
따라서, 투기 자금이 매우 단기에는 현물 유가에 영향을미칠 수 있으나 유가의 방향을 좌우하지는 못하는 것으로볼 수 있다.
지난 해부터 최근까지 국제유가의 변화와 투기 자본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두 변수 간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 5> 참조).[이광우 선임연구원]
출처: LG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