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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Phone

‘아이폰 신드롬’에 비춰본 디지털 피로 증후군

아이폰 출시 이후 두달 남짓한 기간 동안 참으로 많은 환경이 변했습니다. 예전엔 누군가 휴대폰을 바꿨냐고 하면 '최신폰이야?' '카메라 화소는?' 'DMB 돼?' 이 정도거나 그것도 아니면 '터치폰이야?' 정도였는데요. 요즘엔 '아이폰이야?' '스마트폰이야?' 둘 중 하나로 바뀌었죠. 게다가 스마트폰과 별로 상관 없는 사람들을 만나더라도 일단 만나면 몇 분은 아이폰이나 스마트폰 얘기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싶상입니다.

그런데 2월호 마소의 한 기고 내용이 이러한 현상들을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바로보고 설명하고 있어 옮겨봅니다.

필자는 스마트폰을 포함한 새로운 디지털 기기들과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정보가 오히려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고, 사람들이 그 유행을 따라 움직이긴 하지만 의외로 적극적이지 않은 행동을 보이는 경우들을 나름의 시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전격적으로 애플의 아이폰이 시장에 출시되면서 철옹성과 같았던 한국 휴대폰 시장은 급격한 소용돌이를 만난 것처럼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른바 ‘다음달 폰’이라는 웃지 못할 애칭을 갖고 있던 아이폰은 순식간에 가입자 20만 명을 넘어서며 월간 휴대폰 판매량 순위를 석권해 버렸다. 오랫동안 기다리던 대기 수요자들이 한꺼번에 몰린 탓도 있지만,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던 휴대폰인데다, 초기 대기 수요자들로 인해 양산된 많은 뉴스가 한 몫 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노승헌 | ds1dbx@gmail.com, http://ondemand.tistory.com

이 즈음해서 많은 기성 언론 매체와 블로그들을 통해 기존 국내 시장에 출시되어 있던 스마트폰과 아이폰을 비교하는 글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어느 기업이나 이런 상황에서는 마찬가지의 반응을 보였겠지만, 아이폰에 비해 수세인 체감 성능을 커버하기 위해 다양한 측면에서 일장일단 비교를 적극적으로 수행하면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렇듯 우리는 알게 모르게 스마트폰이 시장의 대세라는 것을 몸으로 체감하기 시작했다.

새롭게 시장에 출시되는 휴대폰을 판단하는 첫 번째 기준은 ‘스마트폰인가 아닌가?’라는 질문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어떤 휴대폰을 쓰던 전화만 잘 되면 된다고 노래를 부르던 주변 사람들도 스마트폰이 무엇인지 묻기 시작했다.

당연하겠지만, 길거리의 휴대폰 대리점들은 너도나도 다양한 스마트폰 가입자 유치에 열을 올리기 시작한 것도 ‘대세에 따르는’ 인간 사회의 일반적인 특징을 보여주는 징표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Smart Phone vs. Feature Phone처럼

아이폰의 시장 출시와 맞물려 광풍처럼 불던 스마트폰 구입 열풍은 최근 들어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휴대폰 시장은 스테디셀러보다는 시대의 트렌드에 맞는 제품이 인기를 끄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바톤을 이어 받을 스마트폰이 적절한 가격으로 출시되기 전까지는 아마도 현재와 비슷한 상황이 지속될 거라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그런데 이런 시장 상황에 조금 다른 기류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의 소강 상태를 놓칠 새라 다양한 피처 폰(Feature Phone)들이 옛 영광을 차지하려는 듯 다양한 기능으로 무장해 시장에 출시되기 시작한 것이다.

피처 폰은 대부분이 기존의 익숙한 사용 방식과 빠른 반응 속도에 터치스크린 기술을 본격적으로 채용하기 시작하며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나가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비싼 비용을 지불해 가며 쓸 이유가 없다는 사람들은 아기자기하지만 편리한 UI를 제공하는 피처 폰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상황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해석해 볼까 한다.

디지털 피로 증후군

21세기를 살아가는 많은 지구인들은 요즈음 디지털 피로 증후군을 느끼고 있다.

회사, 집, 길거리를 막론하고 넘쳐나는 정보와 디지털 기기의 홍수 속에서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유/무료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사용해 보고 남들과 의견을 주고받아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에게 부담감을 주는 듯하다.

남들보다 한 발 빠르게 움직이며 얼리 어댑터(Early Adaptor)의 자질을 보여주는 건 극히 일부의 사람들에게만 중요한 일이나, 우리 주변의 분위기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대열에 합류하기 딱 좋은 상황이다.

얼마 전 어느 언론매체가 설문조사를 통해 공개했던 ‘스마트폰 사용 행태 조사’ 결과를 보면 스마트폰을 특별한 설정 없이 그대로 사용하는 사람의 수치가 조사 대상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단순히 디지털 피로 증후군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이유가 단지 기능과 다양한 확장성 때문만은 아니라는 반증일 것이다.

시장에서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았던 피처 폰이 건재한 것, 그리고 스마트폰을 일반 폰처럼 사용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 지쳐버린 우리 몸과 마음이 그걸 바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