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광풍이란 말이 과하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요즘은 IT와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모임이나 커뮤니티, 카페 등에는 온통 아이폰 얘기로 떠들썩합니다. 굳이 지난 8월 18일에 발표된 LG경제연구원의 발표자료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정말 머지않아 스마트폰의 세상이 올 것만 같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프트웨어 개발사와 개발자는 물론 다양한 콘텐츠 관련 회사들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데요. 제가 발행하고 있는 월간 마소에 관련 기고가 있어 옮겨봅니다.
2000년대 초기 새로운 사업의 기회가 모바일에 있다는 예측 속에서 많은 업체가 모바일 사업 비중을 늘렸고, 이후 2004년에 이르러 자신들의 예측이 옳지 않았다는 판단 하에 대부분 포털은 서비스 유지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조금 더 세월이 흐른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적잖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동현 dreaming@daumcorp.com, http://www.i-dreaming.com|2004년 다음 신규 서비스팀에 입사, 다음 파이 서비스를 기획/개발했고 UCC 동영상 기획/개발을 거쳐 현재 다음 tv팟과 UCC 동영상 서비스 그리고 로컬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최근 다음 tv팟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으며 『예제로 시작하는 아이폰 개발』을 번역했다. 요즘 관심사는 모바일과 그에 따른 위치기반서비스이다.
인터넷에서 사업 분야를 선도하는 분들과 향후 어떤 분야가 각광받을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자리에서 누군가 이런 얘기를 했다. “인터넷 붐은 내 생각보다 10년은 먼저 찾아왔다. 하지만 모바일은 내 예측보다 10년 늦게 붐이 오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지금도 그 붐이 진짜 다가온 것인지는 확신이 없다.” 2008년 초기에도 2004년 이후 이어져온 모바일 영역 축소는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모두들 올해는 모바일의 해라고 말한다. 또 한 번의 환상일까?
모바일 시대의 재림, 그리고 아이폰 임팩트
애플을 좋아하든 아니든 지금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한 가지 사실은 아이폰이 출시된 이후 기존 모바일을 바라보던 시각이나 시장에 대한 사고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그저 하나의 단말기일 뿐인 아이폰이 모바일의 어떤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했기에 이런 움직임을 만들어 낸 것일까?
앞서 말했듯이 지금까지 모바일의 가장 큰 장점은 거대한 시장 규모였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모바일의 가장 큰 문제점은 도리어 시장이 너무 작다는 사실이다. 논리적으로 모순처럼 들리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단말기들의 짧은 교체주기로 인해 시장이 파편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분산(?)으로 인해 일어나는 문제점은 사실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현재 인터넷의 가장 보편화된 광고모델인 배너광고를 생각해 보자. 배너광고의 가장 큰 미덕은 어마어마한 노출수다. 대량의 노출수를 모바일에서 얻어내기 위해서는 하나의 단말기를 지원해서는 절대 얻을 수 없다. 적어도 현 시장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 단말기는 다 지원해야 가능하다.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다.
또 단말기마다 사양도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최적의 효과와 사용성 사이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의외로 해답은 간단하다. 단말기의 통일된 환경을 조성하면 된다. 아이폰은 그것이 가능함을 증명했고, 안드로이드는 한걸음 더 나아가 복수의 제조사를 기반으로 그런 환경이 가능함을 증명하려 애쓰고 있다.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문제점은 애플리케이션의 배포다. 지금까지 통신사와 제조사의 협조 없이 모바일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배포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연히 특정 규모 이상의 업체가 아니면 폰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PDA와 윈도우 모바일의 경우 싱크를 통해 설치는 할 수 있었지만 그 절차는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애플은 앱스토어를 통해 데스크톱을 통하지 않고도 쉽게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는 방법을 제공한다. 혹자의 말처럼 앱스토어는 애플의 창사 이래 가장 뛰어난 아이디어일지도 모른다.
기기, 통신 서비스에서 이제는 플랫폼의 시대로
이처럼 모바일 시장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킨 원동력은 바로 ‘사용성에 대한 혁신’이다. 아이폰의 터치를 통한 입력방식과 앱스토어에 등장한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용자는 기존 단말기가 갖고 있던 기능을 더욱 매력적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논의한 해결방법이 의미하는 것은 명확하다. 이제 짧은 주기의 단말기 시장이 플랫폼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무슨 폰, 무슨 폰이 아니라 플랫폼 차원에서 아이폰인지 안드로이드폰인지 심비안폰인지를 정하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강조했던 말처럼 바로 소프트웨어에 의해 폰이 차별화되는 것이다.
여기서 늘 한 가지 문제 제기가 뒤따른다. 모바일 단말기는 패션의 일부이며 사용자들은 끊임없이 교체를 원한다는 분석이다. 플랫폼의 의미를 가지기 위한 교체 주기, 최소 2년의 생명력을 과연 모바일 단말기가 가질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다. 이런 지적에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필자는 그런 의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미 가지고 다니는 단말기이면서 통신 기능을 가졌고 아주 개인적이면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기기는 존재한다. 바로 휴대용 게임기이다. 왜 닌텐도 DS는 일본에서 아직도 팔리고 있는 것인가? 휴대용 게임기는 과연 개인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지 못하는가? 이미 이에 대한 실험은 끝난 게 아닌가 생각한다. 끊임없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의 제공 그리고 플랫폼의 의미를 해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의 끊임없는 변화(예를 들면 색상의 다양화, 유명 디자이너들과의 협업, 킬러 애플리케이션과의 협업)를 통해 플랫폼의 생명력을 유지하면서 기존 단말기에 지친 사용자들을 다시 묶어두는 방법을 말이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아이폰과 앱스토어의 조합은 닌텐도 DS가 게임시장에서 점유하고 있는 위치를 떠올리게 한다. 엄청난 커버리지와 상대적으로 매우 저렴한 개발비를 통해 끊임없이 개발자들을 유입시키고 있는 것이다. 몇 번이든 실패해도 크게 문제가 없다. 저렴한 개발비와 어느 정도 예상되는 고정 매출은 실패의 타격을 줄여준다. 그렇지만 그를 통해 습득한 경험들은 언젠가는 그들에게 한 번의 성공을 안겨 줄 수 있다. 얼마나 매력적인가? 소규모 팀들은 여태까지 환경에서는 실현하기 어려웠던 아이디어를 소프트웨어로 구현해낼 수 있다. 대규모 개발사들 또한 명확한 하나의 플랫폼을 추가 지원함으로써 기존 리소스로 또 다른 부를 창출할 수 있다. 매혹적이지 않은가?
게다가 기존에 제기되어온 의문점도 많이 해소됐다. 바로 플랫폼의 가장 큰 미덕인 시장규모를 들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시각으로 3월 18일 새벽, 애플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아이폰 OS 유닛의 현재 수량은 3백만 대를 넘어섰다. 지금도 끊임없이 늘고 있으며 이는 PSP에 필적하는 개수다. 어떤 단말기종도 이만큼의 단일 플랫폼 규모를 제공하지 못한다. 이는 그저 아이폰이 대세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폰의 성공을 통해 모바일 시장에 있어 플랫폼적 접근이 무모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했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남은 도전과제와 전망
그럼 뛰어들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은 개발자에게 전혀 다른 덕목을 요구하고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성공에 있어 개발은 가장 쉬운 부분일 것이다. 플랫폼이 많은 것을 해결해 주었다. 더 중요한 것은 기획과 사용자 경험 디자인이다. 개발자 각자 모든 것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미 앱스토어에 등록된 애플리케이션의 수는 25,000개를 넘어섰으며 참여자는 50,000명을 넘어섰다. 이들과 경쟁해야 한다. 결국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라는 것은 자신이 제공할 콘텐츠와 모바일 환경에 걸맞은 사용자 경험 디자인이다. 지금 앱스토어가 주는 꿈, 소규모 팀 또는 개인의 성공을 위해서는 각자가 모든 것에 대한 노력을 들이지 않으면 힘들 것이다.
지금까지 필자가 최대한 쓰지 않으려고 애쓴 단어는 스마트폰이다. 결코 지금 시장의 움직임은 스마트폰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스마트폰이 할 수 있는 일을 기존 폰들이 하지 못 하는 게 과연 있을까? 이제 플랫폼으로 가는 시점에 우리는 서 있다.
지금까지 아이폰에 조금은 치우쳤지만 분명 아이폰 이전과 이후는 달라졌다. 아이폰은 디바이스까지 결합한 단일 플랫폼을 제공한다. 안드로이드는 복수 디바이스를 지원하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수많은 제조사들의 차별화 전략 사이에서 플랫폼의 의미를 잃지 않도록 어떻게 균형을 유지할지 궁금하다. 윈도우 모바일의 시장점유율 하락이 계속될지도 궁금한 부분이다. 현재 크게 다루어지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이종 플랫폼에서 단일 환경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중인 어도비의 Flash Lite 그리고 화려하게 재기할 지도 모를 마이크로소프트의 실버라이트 모바일도 올해 하반기에는 한 번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이다.
모바일은 개발자에게 전에 없던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지만 선택과 역할의 확장까지도 요구하고 있다. 나에겐 이 정도 도전과제는 아무것도 아닐 만큼 모바일은 매력적이다. 여러분들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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