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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   [호랭이 사는 이야기]   |  2007.12.31 08:30  


35년전.

젊은 부부는 성남의 성호시장 근처 몫 좋은 자리에 판자로 허름한 가게를 짓고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담배며 이런저런 물건들을 팔며 도외지 생활의 꿈을 키워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 가게 바로 옆 자리에 한 중년의 아주머니가 자리를 펴고 앉아 같은 제품을 팔지 시작했습니다.

청년은 화가나서 아주머니께 따져물었습니다.

"아니 아주머니 이미 장사하고 있는 옆 자리에서 같은 물건을 팔면 어쩌십니까?"

아주머니도 그 말이 이해가 안 되는 바는 아니지만 마땅히 더 좋은 자리를 찾기도 어렵던 터라

그냥 같이 장사하면 될 일이지 이 시장 바닥에 니자리 내자리가 어디있냐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분위기가 험악해 질때쯤 싸움을 말린 사람은 배가 볼록한 새댁이었습니다.

아주머니는 다시 눌러앉아 장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지나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다급해진 아주머니는 물건들을 챙겨서 슬쩍 젊은 부부의 판자 가게로 들어갔습니다.

새댁은 말없이 누룽지를 폴폴 끓여 내왔습니다.

차갑던 몸과 마음은 누룽지탕 한 그릇에 눈 녹듯 녹아내렸습니다.

그 후로 아주머니는 물건의 종류를 바꿔 그 자리에서 장사를 하셨고, 지나던 사람은 그 아주머니와 새댁이 닮았다며 친정 엄마냐며 묻곤 했답니다.

홀로 서울에 올라와 인연을 맺고 살던 두 부부는 그 아주머니를 아예 어머니라 부르며 마음을 붙이고 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때 새댁의 뱃속에 있던 아기가 호랭입니다.

우리는 그 아주머니를 할머니라고 하고 아저씨를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살았지요.

부모님들은 두분의 도움도 참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 아니 새로운 친척이었던 셈이지요.

지난 크리스마스는 그 할아버지의 생신이셨습니다.

이제는 그때의 호랭이보다 훨씬 커다란 두 아들을 둔 호랭이 내외가 두분의 생일을 챙기는 참으로 오랜 인연이 되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몇 식구 안 되는 우리집과는 달리 할머니 할아버지 댁은 정말 대가족입니다.

한 방에 사람이 다 들어가지 못할 만큼 많지요. ㅎ.ㅎ

사진에서 맨 오른쪽에 있는 뒷모습만 보이는 머리 하얀 분이 우리 할머니입니다.

학교 선생님이셨고 아는 것도 참으로 많으셨던 할아버지는 이제 여든이 코앞이십니다.

아마 호랭이 네살 때였던 걸로 기억됩니다.

장사를 시작한 부모님들을 돕기 위해 호랭이가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맏겨진 적이 있었습니다.

대학 다니는 막내 아들을 둔 두 내외는 호랭이를 참으로 잘 보살펴 주셨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작은 인연은 참으로 오랜 세월을 먹이 삼아 점점자라며 사람의 삶과 인생을 변화시키는 무시무시하고 감사한 존재인 듯합니다.

이제 2007년도 하루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다른 어느 해 보다도 다양한 일들을 겪고 또 얻은 것 또한 많은 2007년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일과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된 것입니다.

2008년에도 소중한 인연들이 많이 생겨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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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Icon 오랜친구 2007.12.31 09:14 신고
저도 감사합니다.
호랭이님 덕분에 항상 즐겁지 뭐에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꾸~우벅.

p.s. 간만에 착한 모드로 인사하는군요. 애드센스 클릭 추가요. 크크크.
BlogIcon 호랭이 2007.12.31 09:26 신고 
ㅎ.ㅎ 호랭이도 오랜친구님 덕분에 2007년이 풍성하고 행복했지 뭐예요. 2008년에도 더 많은 도움 부탁드릴게요(만날 부탁만해 =_=;). ㅎ.ㅎ 감사합니다.
BlogIcon CAFE LUCY 2007.12.31 10:08 신고
글 읽다가 헉~!! 반전이 멋진데요.^^
전 다른 사람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정말 기이하고 소중한 인연이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BlogIcon 마소호랭이 2007.12.31 10:33 신고 
ㅎ.ㅎ 한국에는 언제쯤 오십니까.
한국에 오시면 연락 한번 주세요.
새해에도 행복한 일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bliss 2007.12.31 10:34 신고
블로그 글 보고 댓글 남기는 경우는 주로 공적인 경우거나 아니면 극히 드문 아주 사적인 경우밖에 없는데.
(사적인 경우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에 한한 거란 거 아시죠.)
이 글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네요. 역시 호랭이님은 정말 마음이 따뜻하고 인간적인 분이세요.
그러니 제가 며칠 전에 메신저로 전했던 말이 정말 "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
오래오래 그 따뜻한 마음 잃지 마시고, 내년에도 우리 함께 화이팅해보아요~!
BlogIcon 마소호랭이 2007.12.31 10:57 신고 
사실 인연 하면 또 우리 bliss 님과의 인연을 빼 놓을 수가 없지요.
우연히 인사드리게 되었다가 나름 악연이 되기도 하고, 이제 하루라도 대화하지 않으면 허전한 사이가 되었으니까요. ㅎ.ㅎ
좋은 인연 이어갈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BlogIcon onionmen 2007.12.31 11:30 신고
아힝; 호랭이님. 저도 2007년엔 너무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서 정말 좋았어요.

새해는 더 좋은 사람 많이 만나고, 더 좋은 일 많이 생기시길 바래요. 복 많이 받으세요 ^^
BlogIcon 마소호랭이 2007.12.31 12:49 신고 
onionmen 님도 새해에는 행복하고 멋드러진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랄게요. 파이팅 2008년!!!
BlogIcon 짱가 2007.12.31 14:05 신고
멋진 인연
따듯한 글귀 입니다.
새해를 맞는 마당에 이렇게 가슴뭉클한 얘기로 시작하게 되어서 좋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인연을 소중히 하고 살아왔다고 생각하는데.. 근래 들어서 좀 소홀해 진것 같네요.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됩니다.
행복한 2008년 맞이하옵소서.
BlogIcon 호랭이 2007.12.31 15:06 신고 
이럴때면 블로그 시작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한민국 대표 개발자 짱가님께서 행차해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아직 뵌 적은 없지만 짱가님과도 좋은 인연이 될 것 같은 기대가 마구마구 샘솟고 있습니다. 2008년에는 좋은 인연으로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건승하는 2008년 되소서~!
BlogIcon そら 2008.01.01 12:26 신고
정말 멋진 인연이네요.

호랭이님을 비롯 가족분들 모두(할아버지 할머니께서도) 건강한 한해 보내세요~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BlogIcon 호랭이 2008.01.01 18:41 신고 
ㅎ.ㅎ 감사합니다. 행복 가득한 새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BlogIcon 산티아고 2008.01.02 22:55 신고
정말 감동적이네요. 호랭이님이 찰나의 인연을 영겁의 인연으로 승화시키는 어머님의 성격을 물려받아 이렇게 사람을 끌어모으는 재주가 있나봐요~ ^^ 저로서는 정말 왕~부럽다는..~ 오랜만에 기분좋아지는 글 잘 읽었습니다.
BlogIcon 호랭이 2008.01.03 05:25 신고 
^-^; 별 내용도 아닌데 이렇게들 관심을 가져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선혜 2008.01.17 14:08 신고
와~ 이 글 지금에야 보는데,, 맘이 따뜻해졌어요~
ㅇ ㅏ~알흠다워라~*.*
이 감동적인 순간에 왜,, 5월에 호랭이님 마당으로 기어들어가 평상펴놓고 텃밭에서 채소를 수확해 고기 쌈 싸먹을 계획이 세워지는걸까요,, --ㆀ
BlogIcon 호랭이 2008.01.17 14:36 신고
ㅋㅋㅋㅋㅋㅋ 아 5월에 꼭 오십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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